기고/칼럼[칼럼] 블루수소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2024-09-10

블루수소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정홍석 연구원, 김대희 책임연구원 | 시민환경연구소

수소가 청정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청정한 수소’ 생산을 지원할 제도를 내놓고 있다[1]. 수소가 청정한 연료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사용하고 나서 물이 나올 뿐 다른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으니 수소가 청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원료가 화석연료이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는데, 이렇게 만든 수소를 그레이수소라고 부른다. 천연가스와 물을 고온・고압의 환경에서 반응시키면, 수소와 함께 이산화탄소가 부산물로 생성된다. 게다가 고온・고압의 반응 환경을 만들기 위한 연료로 천연가스를 부가적으로 사용하면서 또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2년에 전 세계에서 생산된 수소의 99%는 그레이수소를 비롯한 화석연료로 만든 수소이다[2]. 따라서 안타깝게도 현재로선 거의 모든 수소는 청정하지 않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블루수소가 청정수소 시대를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와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어지지만, 부산물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함으로써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도록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우리나라의 ‘청정수소 인증제’ 기준에 따르면, 청정수소 1 kg을 생산하는데 온실가스를 4 kgCO2-eq1 이하로 배출해야 한다[3].2 블루수소는 탄소 포집 및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CCS) 기술을 통해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블루수소는 청정한 에너지원이 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현재 북미에서 생산되는 블루수소는 1 kg 생산 시 19.9 kgCO2-eq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4]. 국내에서는 아직 블루수소를 생산하지 않고 있지만, 천연가스와 물을 원료로 블루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라는 점에서, 이보다 획기적으로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기는 어렵다. 

청정수소의 기준 자체가 타당한 것인지도 따져봐야 할 일이겠지만, 정부가 정한 기준과 현실이 이렇듯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블루수소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 언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는 이렇다.

블루수소는 수소를 만들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

→ 전부 포집한다는 것일까? 얼마나 포집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다. 

블루수소는 수소를 만들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90% 이상을 포집한다.

→ 이 정보는 엄밀하게 말하면 틀렸다. 혹은 여러 가정과 조건을 빠뜨렸다.


반면 이런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90%를 포집하지만, 포집하는 데 별도의 에너지가 필요하고, 이를 화석연료를 태워 공급하기 때문에 온실가스가 추가로 배출된다.

현재 대부분의 블루수소 생산 공장은 공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전체의 45%)는 포집하지 않고 그대로 배출한다.

수소 생산을 위해 메탄(천연가스)을 공장으로 가져오기까지, 메탄을 채굴하고 수송해 오는 과정에서 일부 메탄이 대기 중으로 날아가 버린다. 그리고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86배 강한 온실가스다.


아래에서는 ‘블루수소가 왜 청정 에너지원이 될 수 없는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2021년 발표된 논문 “블루수소는 얼마나 청정한가?(How green is blue hydrogen?)”[4]를 요약하고 재구성한 것이다.


메탄 배출은 무시되거나 과소평가

블루수소는 천연가스, 즉 메탄으로 만든다. 그러니까 메탄을 채굴한 곳에서부터 공장으로 가져와야만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부가 대기 중으로 날아간다. 이를 두고 탈루성 배출(Fugitive emission)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렇게 날아간 메탄은 아주 강력한 온실가스가 된다. 블루수소 생산 전 과정에서 처음으로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시점이다.

공장으로 가져오는 동안 날아간 메탄은 평균적으로 3.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그로 인한 배출량은 블루수소 생산과정 전체에서 발생하는 양의 63%를 차지한다. 비교적 적은 양이 날아갔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메탄이 이산화탄소보다 86배 강한 온실효과를 내기 때문이다[4].

그럼에도 메탄의 탈루성 배출은 종종 아예 관심 밖이다. 이것이 블루수소의 실제 배출량과 청정수소 인증 기준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생기는 원인 중 하나다. 보통 그레이수소를 1 kg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 약 10 kg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온실가스 총량이 아닌 이산화탄소 발생량만을 말한다.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만을 말한 것이라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은 그 두배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빠져있다(그림 1).

그림 1 그레이수소 생산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치 – 추정1은 국제에너지기구[5]를 비롯해 한국의 정부와 언론에서 사용되는 값이며, 그레이수소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만을 포함한다. 반면, 추정2는 그레이수소 생산 공정 이전에 발생하는 메탄의 탈루성 배출과 메탄을 생산, 정제,수송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간접 배출을 뜻함)을 포함한다.


이산화탄소 포집율 목표는 50%

메탄은 수소를 만드는 원료이자 연료다. 메탄은 원료로써 수증기와 만나 열과 압력을 받으면 수소와 이산화탄소가 된다. 이 공정을 SMR(Steam Methane Reforming, 수증기 메탄 개질 반응)이라고 부른다. 또한 메탄은 연료로써 SMR에 필요한 열과 압력을 공급한다. 산소와 반응해 연소되고 물과 이산화탄소가 된다. 메탄은 원료이자 연료로써 사용된 후 각각 이산화탄소를 남긴다.

그런데 메탄을 원료로 쓰고 남은 이산화탄소는 포집되지만, 연료로 쓰고 남은 이산화탄소는 그대로 배출된다. 후자의 배출량이 전체의45% 정도이며, 이를 그대로 날려 보내는 것이다. 전자(나머지 55%)를 전부 포집하는 것도 아니다. 통상 목표 포집율이 90%이기 때문이다[6]. 그러니 전체 이산화탄소 발생량 중 50%를 포집하는 것을 목표로 할 뿐이다(그림 2). 결국 어림잡아도 블루수소를 만들 때 발생하는 배출량의 반의반도 포집하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블루수소 플랜트는 이렇게 운영되고 있다[2].


그림 2 블루수소 생산 시 이산화탄소 발생 및 처리(포집 및 배출) 개요


포집하려면 필요한 화석 에너지

포집도 결국 또 하나의 공정이고,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를 에너지 페널티(Energy penalty)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에너지를 화석연료로 공급하므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당연히 이렇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포집 대상이 아니다. 예컨대 블루수소를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 100 kg을 포집하기 위해 에너지를 쓰느라 이산화탄소 25 kg을 배출할 것으로 추정된다[4].

비록 에너지 페널티가 있지만 포집량이 배출량보다는 많기 때문에, 그래도 포집하는 것이 낫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포집을 위해 화석연료를 더 사용하는 만큼 화석연료 생산과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함께 커진다. 현재 블루수소 공장에서는 메탄을 연료로 탄소 포집을 한다. 즉, 블루수소를 만들 때 그레이수소를 만들 때보다 메탄을 더 많이 사용한다[4].

결과적으로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에 비해 생산할 때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다. 그러나 포집한 이산화탄소량만큼 배출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위와 같이 포집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상당량 배출되기 때문이다(그림 3).

그림 3 이산화탄소 포집에 따른 배출량 증감 – 앞서 설명한 바(그림 2)와 같이 SMR 공정 부산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만을 포집한 경우에 대한 추정치다. 통상 포집율의 목표는 90%이지만, 실제 운영 사례에서는 평균 포집율이 80%에 미치지 못한 점[7]을 고려해, 포집율은 85%를 가정했다.


천연가스보다 배출량이 많은 연료

수소를 태워서 열에너지를 얻기 위해 사용한다면, 천연가스를 직접 태우는 것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것은 실은 놀라운 결과가 아니다. 천연가스를 그냥 태우는 것과 비교해 천연가스로부터 만든 수소를 태운다는 것은 중간 단계 하나를 더 거쳤다는 뜻이며, 여기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블루수소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에 비해 10% 정도 배출량이 적다. 그러나 천연가스보다는 배출량이 많은 연료다(그림 4).

따라서 수소를 태워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만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올해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수소・암모니아를 태워 전기를 생산할(2030년 발전량 중 2.4% 목표) 계획이다[8]. 수소 혼소 발전이란 수소를 천연가스와 함께 태워서 발전하는 것을 말하며, 암모니아 혼소 발전이란 수소를 공기 중의 질소와 반응시켜 암모니아로 만들고, 다시 암모니아를 석탄과 함께 태워 발전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화력발전에 필요한 화석연료를 수소로 일부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그림 4 그레이수소/블루수소/메탄 연소 시 단위 에너지당 온실가스 배출량 비교[4]


결론

블루수소가 청정하다는 주장은 잘못되었다. CCS는 그레이수소를 청정한 블루수소로 만들어주지 못한다. 그리고 블루수소 생산은 반드시 화석연료 사용량을 늘린다. 수소를 태워 에너지를 만들고자 한다면 배출량을 더 늘리게 된다.


미주

1 이산화탄소 4kg이 대기 중으로 배출되었을 때와 같은 온실효과를 내는 온실가스양을 말한다. 여러 온실가스는 저마다 일으키는 온실효과가 달라서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계산할 때는 모두 그에 상응하는 이산화탄소 양으로 환산해 합산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 생산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범위를 원료채굴부터 수소생산시점까지(Well-to-Gate)로 정했다.


참고문헌

[1] 이혜진, “주요국 청정수소 인증제 수립 동향과 시사점,”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vol. 24, no. 6, Mar. 2024, [Online]. Available: https://www.keei.re.kr/board.es?mid=a10103020000&bid=0014&list_no=88664&act=view

[2] IEA, “Global Hydrogen Review 2023,” IEA, Paris, 2023. [Online]. Available: https://www.iea.org/reports/global-hydrogen-review-2023

[3] 관계부처합동, “청정수소 인증제 운영방안.” Dec. 18, 2023.

[4] R. W. Howarth and M. Z. Jacobson, “How green is blue hydrogen?,” Energy Science & Engineering, vol. 9, no. 10, pp. 1676–1687, Oct. 2021, doi: 10.1002/ese3.956.

[5] IEA, “The Future of Hydrogen,” IEA, Paris, 2019. [Online]. Available: https://www.iea.org/reports/the-future-of-hydrogen

[6] S. Sgouridis, M. Carbajales-Dale, D. Csala, M. Chiesa, and U. Bardi, “Comparative net energy analysis of renewable electricity and carbon capture and storage,” Nat Energy, vol. 4, no. 6, pp. 456–465, Apr. 2019, doi: 10.1038/s41560-019-0365-7.

[7] J. Cheng, “Quest CO2 Capture Ratio Performance,” Feb. 2020. [Online]. Available: https://open.alberta.ca/dataset/d5694c02-019d-4650-8b09-3b5a9afff181/resource/0064427f-6d73-4042-bd8c-cdf9921d9204/download/quest-co2-capture-ratio-performance.pdf

[8]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 공개.” May 31, 2024. Accessed: Sep. 09, 2024. [Online]. Available: https://eiec.kdi.re.kr/policy/materialView.do?num=25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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